"노동은 근로소득을 벌어들이는 수단 중 하나일 뿐"
직장인으로서 6개월 정도가 지나면서, 나에게 "노동" 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예전 같이 "나의 정체성", "나의 자아" 라는 심오한 의미가 담긴 답변을 하지 않게 되었다.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 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나의 "노동" 및 "직업"을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게임 엔진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지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나는 "직업"을 나의 "정체성" 과 동일시하려고 했던 것 같다.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직업이 아니라, 나 자신이 선택한, 나의 온전한 자유의지가 추구하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일에 익숙해져서일까, "개발자" 가 나의 "정체성" 이라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에는 선뜻 "맞다" 라고 대답하기 어렵다. 평생 개발자가 하고 싶은가라고 물어본다면, "잘 모르겠다" 이기 때문이다.
그저 "개발자" 라는 직업 보다는 "개발" 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무언가 이루고 싶은 게 있을 뿐
"개발자" 로서의 "노동" 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혼란스러웠다.
그 와중에 "왜 일하는가" 라는 철학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을 통해서 "노동" 의 가치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싶었다.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은 내 삶의 원동력이자, 힘들고 어려운 고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었다"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바였다. 나 또한 항상 어려운 시기에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면서 위기를 극복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꼭 "일" 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 과 별개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나 운동 또한,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인생의 중요한 출발을 ‘좋아하지 않는 일’을 맡으며 시작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마지못해 계속한다는 사실이다. 주어진 일에 불만을 품고 탄식과 불평만 쏟아낸다. "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우선 주어진 일을 좋아하려는 마음부터 갖길 바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파랑새를 쫓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환상을 좇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일부터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라는 인식이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다. 아니.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만" 하고 해야"만" 한다라는 강박관념까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좋아한다" 라는 주관적이고 가변적인 감정에 기초하여 "일"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상황과 여건에 따라 자신의 선호는 항상 변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이전에는 좋아했던 일을 나중에는 좋아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 수 있으면서, 너무 싫지는 않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던 간에, 자신이 현재하는 "일"이나 "공부"를 꼭 "좋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이 순간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지 않을까.
"어떤 일이든 그 일을 끝까지 해내려면 스스로 타오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타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동시에, 자신이 왜 그 일을 하는지 명백한 목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그만큼 그 일에 미쳐야 한다. 라는 조언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꼭 어떤 일에 그렇게까지 "미쳐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이 책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은 저자가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주장을 한다는 점이었다. "스스로 타오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라는 표현보다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 식으로 계획을 짜고 현실적으로 피드백을 해야 한다" 같이 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다면 더 다가왔을 것이다. 뻔한 자기개발서적들처럼 어디서나 들을 법한 문장들이 너무 많다고 느껴졌다.
"힘들게 고생할 때야말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라. 역경만큼 사람을 강하게 단련시키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체계적인 시스템 없이 겪는 고난은 그저 개고생일 수도 있다. 고생 또한 현명하고 똑똑하게 해야 하는 시대이다. 무턱대로 힘들수록 성장할 것이다. 라는 마인드는 순수한 사회초년생이 악덕 기업들에게 가스라이팅 당하기 쉬운 가치관일 수 있다.
'책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현실적인 로맨스를 꿈꾸지 말기 < 2023.06 합리적 남자 > (0) | 2023.09.03 |
---|---|
소비 대신 공유하고 싶다. < 2023.05 공유 경제 > (0) | 2023.08.13 |
투자를 강조하는 "마라맛" 책 < 2023.04.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 (0) | 2023.04.30 |
꼰대스러운 지혜 < 2023.04. 세이노의 가르침 > (0) | 2023.04.30 |
힘도 모르면서 강할 수는 없다 < 2021.11. 권력의 원리 > (0) | 2021.11.10 |